그렇게 희망을 안고 출소를 하였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아내를 찾아갔고 아내를 밖에서 보니까 그렇게 반갑고 미안해지더군요. 하지만 그런 마음과 기쁘도 잠시 일뿐이었답니다. 2년 6개월 만에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났더군요. 제가 없으니까 전혀 찾지도 않던 아버지와 작은 형님이 큰 형님 돌아가신 곳에 가자며 아내를 데리러 왔는데 글쎄 제가 들어도 어이없는 소리들을 했더군요. 부산까지 가는데 둘 다 돈이 없으니 아내 보러 모든 경비를 대라는 소리를 했다더군요. 그때 당시 5살짜리 아들과 15살 딸을 혼자서 수급자 신분으로 키우고 있는 사람 보러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미안할 건대 전혀 그런 기색도 없이 말했다는 사실에 내가 더욱 화가 나더군요. 저를 아들 취급도 안 하던 아버지와 동생 취급도 안 하던 형님이었으니까요. 저희가 처음 살 때도 한 번도 찾아오지도 연락도 안 하시던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제가 교도소 들어가고 그 생활은 더욱 힘들게 살았을 것은 뻔한 사실인데도 단 한 번도 찾지도 안 하고선 큰 형님 돌아가시니까 큰 아들 얘기만 하고 아내에 대한 걱정이나 질문은 둘 다 한마디도 없이 그렇게 당연한 듯 부탁을 했으니까 아내도 화나는 게 당연하지요. 그래도 없는 돈 끌어 모아서 경비를 대고 같다고 하더라고요. 전 그런 소리를 듣고선 얼마나 또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참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제가 출소하는 걸 다들 알면서도 연락 한번 없었으니까, 더욱이 화가 올라와 참지 못하고 아버지와 작은 형님께 전화를 하여 성질을 있는 데로 다 내곤 앞으로 나에겐 부모도 형제도 없으니까 어떠한 경우라도 찾지 마라고 하고선 전화를 끊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또 다른 데서 생기더군요. 아내가 받은 상처가 큰 것은 알지만 무슨 일만 있으면 너희 집안이 원래 이렇게 개판이라서 그래 앞으론 처다도 안 본다며 사사건건 이런 말을 저에게 내어 뱉었습니다. 아무리 이해 한 다곤 하지만 아이들 문제든 우리 둘이 문제든 무조건 집안까지 욕을 해대며 너도 어차피 그런 인간들과 똑같다며 그때부터 내가 무슨 말을 하던지 "콩으로 메주를 쑨다"라고 해도 믿지 않고 무조건 거짓이라며 사람을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겨울에 감기 걸리는 것 까지도 나 때문 이라며 화를 내기까지 하더군요. 저는 내가 힘들게 한 것 같아 그냥 참고 살자고 아이들도 있으니까 하며 참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도 모른 체 속만 썩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7년 정도 지났지만 아내의 상태는 점점 더 심해져 더 이상 같이 살다가는 큰 사고가 날 것 같아 이혼을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엔 안 된다고 반대하더니 한 1년 정도 지나니까 본인이 먼저 이혼하자고 이야기가 나오길래 서로 편하게 살자고 하면서 결국 합의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얼마 안 있다가 국가 건강검진이 오길래 그냥 받아보자고 병원에 방문을 해서 일주일 후 연락이 와서 재 방문을 하니까 아무래도 위암이 있는 것 같다며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하길래 천안 순천향대학병원에 방문을 해서 제 검사받고 일주일 후 가니까 처음엔 위암은 맞는데 별거 아니라서 위를 조금만 절제하면 아무렇지 않게 활동을 할 수
있다며 나중에 연락 가면 입원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별 걱정 없이 2달을 기다려서 입원을 하게 되었고 수술대 위에 올라가 배를 절제하고는 의사가 다시 닫으라고 하곤 그냥 밖으로 나 같다더군요. 그때 옛 아내가 마지막으로 간호를 해 주겠다고 와 있었는데 아내에게 의사가 이미 늦어서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더군요. 그래서 아내는 그럼 어차피 갈 사람 배는 갈랐으니 이왕 칼든 거 잘라낼 수 있는 건 다 잘라 내기나 하고 깨끗하게 가게 해 달라고 부탁해서 결국
의사는 다시 들어와 수술을 집도 했다고 했습니다. 이미 건들지도 못하는 복막에 많이 번져 있어서 수술해도 6개월이나 1년 밖에는 못 산다고 했습니다. 실질 적으로 퇴원을 하고도 2년 정도는 밥 먹는 것이 싫었으니까요, 얼마나 통증이 심한지 말로는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엄청 센 진통제를 2알씩 먹어도 감당이 안될 정도였으니까요.
처음엔 이렇게 끝나는 구나 하면서 그래 차라리 죽는 게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도 있겠지 하며 솔직히 죽음을 초연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래도 먹고는 죽자고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라는 생각으로 억지로 먹고 3시간 통증으로 옷이 다 졌을 정도로 몸에 물이 다 빠져나왔답니다. 그래도 끝까지 먹고 먹고을 반복하며 견디어 같습니다. 6개월쯤 검사가 있어서 병원에 가게 되었고 검사 결과는 기적이었습니다. 몸에 전의 되었던 암이 모두 사라졌다는 판정을 받았으니까요. 의사도 놀라서 이게 말이 되냐며 황당한 미소를 짓더군요.